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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과 도시 사이의 징검다리당진시청과 인접한 대상지는 최근 상업시설이 왕성하게 들어서고 있는 수청지구를 마주보고 있으며, 신도시 사거리와 구도시 쪽 코너에 위치하고 있다. 벚꽃과 초록이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과, 날이 갈수록 화려하게 확장하고 있는 신도시 사이 과도기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건축물로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였다. 과도한 입면과 간판 등 상가 건축이 가지는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건축이 갖는 표정만으로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길 원했다.
카페라는 용도 역시 상업시설이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다른 건물들처럼 화려하게 자기 본연의 모습이 부각되거나 형형색색의 조명이나 간판으로 과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기존의 건축적 문법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거리에서 보는 화려한 장식물로 인식되는 보편화된 상가건축에서, 건축물 자체가 ‘sign’이 되기 위한 노력을 통해 건축물 본질의 공간과 재료를 느낄 수 있도록 접근을 시작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다매스 계획과 입면 계획 등 건축 계획의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그 틀에서 벗어나 재료 본질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수많은 재료 중에서도 익스펜디드 메탈expanded metal이 갖는 가변적 특성에 주목했다. 익스펜디드 메탈의 재질감과 투과성은 다른 외장재와 맞물려 건축물을 둘러싸면서 실루엣 효과를 만들고, 동시에 재료가 주는 특성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 익스펜디드 메탈과 콘크리트, 스타코, 유리 등이 만나 ‘Double-skin Layer’를 이루고, 두 개 이상의 요소들이 서로 겹쳐지며 무아레 현상(물결무늬) 같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건축물로 하여금 다양한 얼굴을 갖게 해주었고, 기존의 상가건축과 다른 본 건축물만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Double-skin Layer’는 건축물의 바닥 면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여러 겹으로 겹쳐진 공간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작은 면적의 건축물을 커 보이도록 만드는 이점도 있다. 이는 인접 건축물의 여러 가지 형태와 재료들로 인해 다소 복잡해 보이는 도심 사거리에서, 자신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업 시설에서 필요한 건축적 개성을 갖게 한다.
변화무쌍외부 레이어와 건축물 사이의 깊이를 각 사방위에 따라 달리두어 시간의 흐름과 빛의 변화에 따라 색다른 인상을 주도록 했다. 밝은 낮의 건물은 외부 익스펜디드 메탈의 은은한 반사로 단순한 사각형 박스처럼 보이지만, 다소 어두운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내부 조명이 새어 나오며 건물과 외부 레이어가 중첩, 투과되어 보이고 카페 이용자들의 움직임까지 보이게 된다. 1차원적 재료가 주는 질감과 더불어 시간에 따른 변화, 사용자 움직임에 따른 변화는 ‘제3의 텍스처’로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거리 변화와 그 속의 사이 공간, 다채로운 입면들은 풍부한 공간감을 제공하고 자칫 건조한 도시에 또 다른 활력을 준다. 이는 건축이 그저 말 그대로 건물로 끝맺음 되는 것이 아닌 시간, 빛, 사람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유기적 매개체로서 작용함을 의미한다.대지 사이를 관통하는 입구의 강한 이끌림 속으로 들어선 방문객들은, 1층에서 옥상까지 충만한 빛 사이로 풍성한 상하부 공간을 산책하듯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외부 레이어와 건물 사이 야외 테라스에서는 자작나무와 푸르른 조경을 감상하고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테이블에 앉아 유리로 반사되거나 외부 레이어로 투시된 전경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적 도시의 모습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소로서의 색다른 경험 역시 가능하다. 장소마다 각기 다른 수직 수평의 건축적 공간의 체험과 내외부로의 다양한 시선은 여러 번 방문해도 결코 지루하지 않은 건축이 되도록 했다. 내부 공간에 있어서는 화려한 장식의 인테리어 요소는 모두 배제하고 건축물 그 자체만 드러내어 오롯이 카페라는 기능과 사람들과의 만남에 충실하도록 계획했다.
카페는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지만, 도시 안의 건축물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면 공간적으로는 외부와 내부, 평면과 단면, 그리고 시각적으로는 투명과 불투명, 빛과 시선의 투과를 지속적으로 교차 경험하는 장이 되어준다.
건물을 매개로 다양한 기억과 건축의 재미를 더해가는 것. 이는 분명 건축물만이 선사할 수 있는 귀중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