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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없어 보이는’ 디자인 추구한 집 (2013-04-28)

건축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야 한다. ‘한 칸 집’과 ‘사이 마당집’이 그런 문제의식으로 탄생했다. 유쾌한 집짓기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집이 너무 커 보이는 것 같아요.” 상량식을 하는날, 집 모양이 어떠냐는 물음에 집주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공장에서 프리컷으로 목재 글루램(자른 나무를 여러 겹 접착해 만든 집성재) 기둥과 보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을 했다. 첫 삽을 뜬 지 딱 아흐레 만에 상량식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집주인은 골격이 갖추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천천히 집 모양에 익숙해지는 보통 집주인과는 다른 경험에 내심 당황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주는 마음속에 품었던 집을 처음 만나는 순간,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면서도 안도와 흡족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백승기</font></div>상량식을 마친 ‘한 칸 집’ 내부. 기둥과 보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을 했다.
ⓒ시사IN 백승기
상량식을 마친 ‘한 칸 집’ 내부. 기둥과 보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을 했다.

건축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며, ‘없어 보이는 데’ 주안점을 둔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더 없어 보일까’라며 건축주에게 의견을 물었다. 건축주도 아이디어를 보탰다. 궁합이 잘 맞는 건축가와 건축주다. 한쪽에선 작아 보이는 집을 원하고, 한쪽은 없어 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한다니.

건축가는 검박한 선비의 사랑채를 디자인해달라는 집주인의 주문을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없어 보이는 디자인으로 오히려 우주를 품은 거대한 집을 완성해냈다. 기둥 16개, 9칸으로 구성된 이 집의 아무것도 아닌 공간 속에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길게 뻗은 지붕선 아래로 먼 풍경이 불러들여져 오히려 시선은 저 세상 끝에 닿아 있다. 시선을 멀리 뻗게 하는 이 집은 검박한 형태를 갖추었으되 기운이 장대하다. 유쾌한 집짓기의 첫 번째 실험인 ‘한 칸 집’이다. 건축가 김개천(국민대 교수)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관 이내옥씨가 건축주로 만나 빚어낸 깊은 풍경이다.

‘없어 보이는’ 디자인 추구한 집


“도면과 모형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데요.” 시공사 선정과 동시에 계약서에 도장 찍고, 휑하니 장기 해외출장을 떠났다가 두 달 만에 돌아온 속 편한 집주인 앞에는 어느새 의젓하게 집 모양을 갖춘 ‘사이 마당집’이 있었다. 건축주 김경호씨는 장기 해외출장이 잦은 방송사 카메라 촬영감독이자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오지 출장을 다녀와 까맣게 탄 얼굴로 나타난 건축주는 연방 싱글벙글이다. 이 집 공간 구성의 가장 핵심인 본채와 부부 침실이 있는 별채 사이를 벌려 만든 마당이, 집을 풍부하게 했다. “바로 이 자리예요. 산책 갔다가 이 길로 걸어오면서 집을 보게 되는데, 이 정도 위치에서 보는 모양이 아주 멋져요. 감리를 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이 자리에 서서 꼭 한번씩 보고 가요.” 따뜻한 가슴과 명석한 판단력, 실험적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젊은 건축가 김창균씨(유타건축사사무소)의 말이다.

그동안 스무 채 남짓한 집들이 ‘유쾌한 집짓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탄생했다. 어떤 집은 이제 막 준공을 앞두고 땅의 기운을 받아 꿈틀거리고 있고, 어떤 집은 종이 위에, 어떤 집은 아직 건축가와 건축주의 머릿속에 아주 작은 생각으로만 존재하기도 한다.

ⓒ시사IN 백승기
건축 중인 ‘사이 마당집’ 앞. 왼쪽부터 디자이너 김주원씨, 건축주 김경호씨, 건축가 김창균씨.

집터 앞 우물가 층층나무를 설계의 중심에 둔 ‘층층나무집’은 아마 가장 먼저 준공하는 유쾌한 집이 될 것이다. 저수지를 바라보며 두 획으로 완성한 씩씩한 기상의 집인데, 평생을 노동운동으로 보낸 집주인 부부의 새 출발과 썩 잘 어울린다. 건축가 부부 임형남·노은주씨(가온건축)가 층층나무집과 늘 함께여서 한결 든든하다. ‘존경과 행복의 집’을 지어달라는 주문을 들이민 ‘존·행·집’의 건축주는 신혼부부인데, 상담을 하는 날 우리는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나 한참을 흐뭇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마련하고, 아내는 긴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시곗줄을 마련했다는 그 가난한 부부 이야기와 어울리는 부부였다. 집을 짓다보면 건축주들은 항상 예산의 10%가량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 부부도 그랬다. 인테리어 스타일링 단계에서 본래 하고 싶었던 조금 더 좋은 부엌, 마음에 두었던 원목 마루 바닥재, 혹은 높은 서가 등 ‘작은 사치’를 부리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 그러자 하나씩 비상금을 털어 내놓기 시작했다. “이건 당신이 좋아하는 부엌과 마루를 해주려고 따로 마련했던 비상금이에요.” IT 컨설턴트로 집을 짓고 나서 재택근무를 하려던 남편의 말이다. 그러자 미소가 아름다운 아내가 “아, 서가 비용으로 나도 따로 마련해두었던 게 있는데. 당신 사무실이 꿈이 담긴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수줍게 말했다. 이런 건축주를 앞에 두고, 어떻게 집짓기를 방 세 개, 욕실 두 개짜리를 짓는 건설 행위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집은 오롯이 ‘삶의 물리체’다.

리빙큐브, 유쾌한 집짓기의 꿈은 계속된다

건축주와 상담을 하다보면 세대 간 특징이 드러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후, 펜션이거나 카페이거나 공방이거나 작업실이거나 주택에 부가적인 기능이 추가된 노후 대비 주택을 바랐다. 반면 젊은 30대 건축주 부부들은 아이들이 놀 만한 집을 만드는 데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집을 놀이터로 만들어주세요”라는 요구도 다반사였다. 이런 주문을 받으면 건축가들은 신난다. 이렇게 살아 숨쉬는 일상의 소소함과 만날 때, 건축가들은 신나면서 오히려 더 진지해졌다. 더구나 예산이 넉넉한 프로젝트는 하나도 없었다.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었다. 우리네 삶처럼. 집짓기는 그런 사소한, 동시에 중요한 도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이 마당집’ 모형. 본채와 별채 사이의 마당이 집을 풍부하게 한다.

‘유쾌한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건축가들과 함께 우리의 소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한결같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집’을 만드는 데 건축가가 기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건축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삶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동안 유쾌한 집짓기를 통해 참 많은 사연을 만났다. 어떤 사연은 인연이 되었고, 어떤 사연은 생각의 빌미를 주었으며, 또 어떤 사연은 우리 마음속에 불을 지폈다. 이 모든 것이 좋은 집을 통한 좋은 삶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닿아 있었다.

건축가 24명이 결합한 ‘유쾌한 집짓기’의 다음 발걸음은, 우리와 인연이 맺어지지 못했던 사연들에 대한 이야기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건 순전히 우리 시각이었다. 마음속에 꿈의 씨앗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 꿈에 대해 우리가 해답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건축가가 제안하는 소형 주택, 리빙큐브’의 출발점이 되었다. 건축가들은 이제 작지만 단단한 집, 경제적이면서도 멋진 집을 모토로 건축가 개개인의 개성이 담긴 소형 모듈 주택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꾸면 꿈으로 그치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한 건축가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KBS 9시 뉴스]  “학교가 새롭게 변신했어요” 리모델링의 효과 (2013-01-19)

 

 

<앵커 멘트>

똑같은 모양의 교실이지만 약간의 리모델링을 하니 학생들의 호응이 무척 좋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김웅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입니다.

이 학교에는 일반 교실과 다른 공간이 있습니다.

교실 두개와 복도를 터서 만든 문화예술 교실입니다.

학생들에게 친숙한 원색을 칠했고 바닥에 나무를 깔았습니다.

학생들은 공연도 하고 뛰어 놀기도 합니다.
 

<서울 대길초등학교, 디자인 : 김창균 >

<서울 대길초등학교, 디자인 : 김창균 >

 

<녹취> 이민자(문화예술교실 교사) : "자유로운 느낌...아이들이 맘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예전에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던 도서관이 리모델링을 통해 방학 때도 아이들이 찾는 공간이 됐습니다.

창틀을 걸터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만들어 밝은 곳에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녹취> 이소진(건축가/도서관 설계) : "건축가들이 모여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원하는 바를 건축설계에 반영..."

시간이 걸려도 건축가가 아이들 의견을 모으고 설계와 감리까지 책임져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녹취> 오인영(대청중 1학년) : "나무도 있고 아늑하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아요."

지난 5년동안 43개 학교가 4천 만원씩 예산을 지원받아 이렇게 환경을 바꿨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교실을 설계하면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환경에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이윱니다.

KBS 뉴스 김웅규입니다.

[KBS 9시 뉴스]  어린이를 위한 건축은 놀이터 (2013-01-12)

<앵커 멘트>

동화를 연상케하는 집, 마당에서 언제든 뛰어놀수 있는 도서관,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건물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김웅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북 청도에 있는 이 어린이 도서관은 지역에 대도시 못지않은 독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곳곳에 빛이 통할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정서를 우선 고려했고 막힌 느낌 없이 터놓은 공간은 건물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했습니다.

2년 넘게 방치됐던 이 건물은 동화속 피노키오를 모티브 삼았습니다.

황량했던 예전의 공간이 아이들 눈높이의 예술체험의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집속의 집, 즉 피노키오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상황처럼 아이들이 느끼도록 공간을 배치했고

이층엔 잠을 자는 등 쉴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녹취>김창균(건축가/예술체험관설계) : "어른이 정해놓은 프레임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움직이면서 느끼면서 만지면서 공간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은 이 한옥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입니다.

자연스럽게 한옥과 친숙하게 해주면서 독서는 물론 곳곳에 마련된 마당에서 뛰놀수 있도록 했습니다.

<녹취>조정구(건축가/한옥도서관설계) : "한옥에 대한 추억들을 아이들이 독서하면서 느낄 수 있도록..."

획일적이지 않고 즐거움을 주는 공간, 어린이가 원하는 것을 구현한. 어린이를 위한 건축입니다

KBS 뉴스 김웅규입니다.

[시사인]  집 짓다 화병? 이젠 옛말 (2013-01-11)

 

                                                           ⓒ황효철

파주 ‘사이 마당 집’과 보성 ‘툇마루 주택’을 지으면서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즐거운 소통이 이루어졌다. 과정이 유쾌하지 않으면 흠투성이 집이 탄생하게 마련이다.

 

요즘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주거 문화는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와 노란색 학원버스로 대변돼왔다. 하지만 점차 주택 안에서 자기 가족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골목길과 땅을 밟고 그곳에서 여러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사무실에는 3040 세대를 중심으로 단독주택에 대한 상담이 많다. 이들 대부분이 단조로운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변화무쌍한 단독주택의 추억을 남겨주길 소망한다.

최근 사무실로 찾아온 세 아이를 둔 30대 중반 건축주 부부 역시 자신들만의 집을 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막연하게 116㎡(35평) 규모의 방 몇 개, 욕실 몇 개를 생각했다. 상담은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다. 나는 먼저 규모보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물었다. 두 부부의 삶의 패턴은 어떤지, 세 아이의 생활은 무엇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그려보도록 했다. 건축주가 삶을 디자인하는 동안 나는 대지와 그 주변의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황효철
전남 보성의 ‘툇마루 주택’ 전경(위). 벽돌로 경사지붕 집을 짓고 담장을 낮게 해 이웃과 소통하도록 했다.


남편이 방송사 촬영감독인 부부는 조금은 여유롭게 자연이나 동네 문화를 접하고자 경기도 파주에 땅을 구입했다. 지금은 서울 아파트에서 전세를 산다. 평소 생활은 엄마를 중심으로 세 아이가 매우 긴밀하게 즐거운 가족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어느 정도 개인 공간이 필요하고, 동시에 손님을 주로 상대하는 거실보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방 같은 열린 공간이 있는 집을 원했다. 나는 몇 주간 인터뷰를 해서 상담 내용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음 만남에서 스케치로 표현해 보여주었다.

먼저 가장 사용 빈도가 낮은 안방을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대청마루를 통해 본채와 분리했다. 대청마루는 주변 자연과 마당에 열린 상태로 바람과 시선이 통하게 되고, 비나 눈이 올 경우 놀이를 하거나 빨래를 널 수 있는 마당 구실도 한다. 또 동남쪽 마당 전면의 툇마루와 연결되어 식구들이 언제든 걸터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이 집의 이름을 ‘사이 마당 집’으로 지었다. 사이 마당인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집 안팎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전면 마당과 도로에 면한 경사지는 좀 더 효과적인 옥외 마당 구실을 하게 된다.

계단은 책 보거나 영화 감상하는 공간


또 하나 이 집의 특징은 아이들의 추억을 남기는 공간이다. 책꽂이를 품은 계단을 이용해 아이들 방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단차를 이용해, 가장 높이 위치한 아이 방 아래는 주방과 시각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놀이방 겸 가족실이 되도록 했다. 계단식 구성을 통해 식구들은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고, 때로는 영화를 감상하는 객석이 될 수 있다. 주방과 식당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공간이 연결되면서,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과 눈을 맞춰가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

아파트가 거실을 중심으로 닫힌 실내 생활을 한다면 ‘사이 마당 집’은 조금씩 성격이 다른 다양한 거실과 마당을 통해 가족 구성원 스스로 공간을 활용해나가도록 유도하는 ‘넓은’ 느낌의 집이 될 것이다.

ⓒ김창균 제공
경기도 파주 ‘사이 마당 집’은 주방과 식당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공간이 연결되면서 부모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아이들과 눈을 맞출 수 있다(아래, 아래 오른쪽). 대청마루를 통해 안방을 본채와 분리했다(아래 맨 오른쪽).


아파트 전세를 사는 건축주는 건축비가 풍족하지는 않다. 116㎡로 한정했고, 공사비도 예상이기는 하지만 내부 가구까지 포함해 전체 1억7000만원 안팎이다. 땅값까지 포함하면, 이 단독주택은 서울 아파트 전세와 맞바꾼 셈이다.

고풍스러운 동네이므로 새 집처럼 보이지 않게


최근 건축주가 “건축가는 자기 집도 아닌데 매일 설계 속 집을 수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장면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 등에 대한 필자의 제안에 만족해했다. “집 짓다 화병 걸린다는 말은 옛말이다”라고 건축주는 덧붙였다.

최근 완공된 전남 보성의 ‘툇마루 주택’도 이렇게 즐겁게 작업하고 그 결과로 좋은 성과를 낸 사례이다. 40대 중반인 건축주는 본인이 태어난 고향 집 자리에 나이 든 부모를 위한 집을 짓고 나중에 직접 귀향해 생활하기를 원했다. 원래 살던 집이 외풍이 심해 무엇보다 단열이 잘되는 따뜻한 집이면서, 작고 고풍스러운 동네인 만큼 너무 튀지 않고, 방금 지어진 새 집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동네를 둘러싼 산세와 주변 집들을 관찰해 툇마루를 가진 벽돌 1층 경사지붕 집을 제안했고, 더불어 담장을 낮게 해 이웃과 소통하도록 했다. 설계가 이루어지는 내내 건축주는 작업에 적극 동참했고, 나 또한 멀리 떨어진 현장에 기분 좋게 자주 다녀올 수 있었다.

집 짓는 작업은 분명 유쾌한 작업임이 틀림없다. 건축가인 내 집을 짓는 건 아니지만, 건축주들의 꿈과 가족 이야기가 담긴 집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주·건축가·시공사가 서로를 신뢰하며 즐거운 작업이 이루어질 때, 그 집은 사용하는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평을 받는다. 과정이 유쾌하지 않으면 땅에도 어울리지 않는 흠투성이 집이 탄생한다. (글 : 김창균)

[문화체육관광부]  숨 막히고 답답한 교실은 이제 그만!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2012-12-17)

학교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12년 동안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교실이란 어떤 공간일까요? 공간의 효율성만을 생각한 결과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을 교탁과 책상만 빽빽이 들어선 숨 막히는 교실에 가둔 것은 아닐까요? 문화로 학교 공간을 재창출하여 학생들에게는 즐거운 놀이터로, 지역주민에게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사업이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입니다.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 참여 체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획일적이고 기능적으로 조성된 학교 공간을 다양한 문화 활동과 소통이 활성화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학교 내 유휴 공간을 갤러리, 도서관, 문화 쉼터, 예술동아리방 등의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올해 4월 선정된 8개 학교를 대상으로 디자인 디렉터 8명이 각각 담당한 학교에서 3~4개월에 걸쳐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이 함께 참여하는 디자인 워크숍을 개최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유휴 공간은 학생들이 원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여 학생들의 감수성과 창의성을 높이는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웹사이트: http://www.happy-school.or.kr/)

실내 활동공간이 없던 대길초등학교의 변화

▲(위)기존 대길초등학교 유휴 공간으로 복도와 교실 2개를 활용할 수 있었다.

(아래)학생들도 워크숍에 참여하여 설계도면을 그리고 모형만들기 활동을 수행했다.

촬영: 박정훈 사진작가,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올해 첫 번째로 준공된 대길초등학교는 그동안 실내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 등 문화 활동을 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의 대상 학교로 선정되어 기존 유휴 교실 2개를 디자인 개선을 통해 다목적 문화예술교실로 개장하게 되었는데요. 대길초등학교의 디자인디렉터로는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한 김창균 소장(유타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위촉되었습니다.

김창균 소장은 먼저 학교의 실제 사용자인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3개월간 디자인워크숍을 통해 고정화된 학교에서 벗어난 자신이 꿈꾸는 학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의견을 바탕으로 새로 탄생한 다목적문화예술교실은, 기존 복도와 교실을 구분하던 벽을 개방하여 더 넓은 공간을 확보했고, 학생들의 소규모 공연을 위한 무대와 계단식 관람석을 설치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문화적 재능을 발현하는 장으로 마련됐습니다.

▲ 완공된 대길초등학교 문화예술교실

촬영: 박정훈 사진작가,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렇게 완공된 문화예술교실은 현재 학예 발표회, 동아리 활동, 영화 감상 등 문화 행사 장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을 위해서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실을 잘 활용하고 만족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눈이 많이 왔던 지난 7일 방과 후 연극놀이부 동아리 활동이 한창인 문화예술교실을 찾아갔습니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문화예술교실

▲문화예술교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연글놀이부 학생들 ⓒ정기완

연극놀이부 아이들이 옷을 갖춰 입고 문화예술교실로 모였는데요. 이날은 본 공연은 아니지만 그동안 연습했던 연극을 실제 무대라 생각한 연습시간을 가졌습니다. 연극의 제목은 ‘별주부전’이었는데요. 토끼와 자라부터 용왕까지 다양한 역할을 실감 나게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 연극놀이부는 문화예술교실이 생기기 전에는 급식실과 운동장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이 생김으로써 쾌적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만족해했습니다.

[INTERVIEW]

“이제 멋진 무대에서 연극을 할 수 있어요.” - 박세연, 소다은

문화예술교실이 생기기 전에는 급식실에서 연극연습을 했어요. 급식실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운동장에 나가서 했고요. 운동장에서 연습하면 밖이라서 춥고 모랫바닥이라 먼지도 많이 먹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조명과 무대가 있어서 공연하기 좋은 교실이 만들어지길 원했어요. 많은 사람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시설도 원했고요. 교실이 완성되고 처음 들어왔을 때 이제 연극동아리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연습을 하고 멋진 무대에서 많은 관객에게 연극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늘 하는 모습을 보니 교실에서 마음껏 뛰어다니고 큰소리로 외칠 수 있더라고요.

“문화예술교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더 가까워지게 해주었어요.” - 이길자 선생님

Q.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신청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교에 체육관이나 강당이 없어서 대내외적인 행사에 제약이 많았어요. 동아리 활동을 할 적당한 공간도 없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힘든 점이 많았고요. 그러다 교장선생님이 올해 초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는 사업을 알고 신청하게 되었죠.

Q. 선생님들은 대체로 어떤 교실을 원했나요?

일단 학교의 대내외적인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제대로 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원했죠. 또 아이들이 실내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서 다치지 않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바랐어요.

Q. 현재 교실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문화예술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이 진행되고요. 가끔 아이들과 영화관람을 하기도 해요. 날씨가 안 좋을 때는 이곳에서 실내체육 활동을 하죠. 대내외적인 행사도 진행되는데요. 합창, 요들송, 연극, 국악 등 현재 학교에서 활동하는 동아리의 발표회를 하기도 하고 학교의 대내외적인 행사를 진행할 때 사용해요.

Q. 문화예술교실에서 수업할 때 어떤 장점이 있나요?

아이들과 소통이 더 원활하게 이루어져요. 답답한 교실이 아닌 개방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신체활동이 많은데요. 손을 잡고 몸을 비비면서 함께 놀다 보니 아이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Q. 아이들에게 이 교실이 어떤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세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해야 할 시기잖아요. 그런 시기에 우리에게 온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준비한 무대를 발표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어서 초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볼 때 내 예쁜 추억이 담긴 공간으로 남았으면 해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교실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 김창균 건축가

Q. 워크숍을 통해 선생님, 학생,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받았어요. 어떤 의견이 나왔나요?

일단 학교에서는 대내외적인 행사를 위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교실 두 개를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다보니 공간이 길어졌어요. 그래서 무대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설계했죠. 무대를 가운데에 놓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앉는 원형극장 형태로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틀에 박히지 않은 공간을 원했어요. 그래서 무대를 해체하면 의자로 쓰일 수도 있고 양 끝의 객석을 무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아이들도 설계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면서 설계에 참여했어요. 낚시터, 게임방 같은 재미난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어요.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저의 몫이었죠.

▲ 무대가 분리되어 있어 무대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설치할 수 있다. ⓒ정기완

Q. 프로젝트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저의 생각과 선생님들의 생각의 차이가 있었어요. 선생님들은 아직 새로운 교실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변화에 대해 닫혀있었거든요. 그 의견을 반영하다 보면 기존의 교실과 똑같은 모습이 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모두가 참여한 워크숍 자리를 통해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었어요. 서로 원하는 것을 말하고 양보를 한 것이죠. 막상 교실이 완성되니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고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다는 점에 모두가 만족해했어요.

Q.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갈 교실을 디자인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하셨나요?

아이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놓고 조합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다양한 생각을 통해서 상상력이 자라거든요. 스스로 생각하고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했죠. 그리고 만지고, 앉고, 기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최대한 몸의 감각을 활용하도록 했어요. 그런 감각을 잘 흡수할 때이거든요. 작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신체를 활용해서 감각을 발달시키고 상상력과 감성도 더불어 발달하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했죠. 그런 활동들을 통해서 아이들도 깨달을 거예요. 학교란 단순히 책을 읽거나 지식을 쌓는 공간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 모두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 ⓒ정기완

Q. 학교의 모습에 따라 분위기나 아이들의 자라나는 모습이 달라질까요?

당연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학생들의 지식수준은 최고지만 놀이나 감성에 대한 부분은 부족해요. 많은 학교에 이런 문화예술교실이 생기고 잘 활용해서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에서만 보는 이론에서가 아닌 실제로 친구들과 활동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만큼은 이러한 공간을 통해서 진정한 열린교육을 받고 나중에 자라고 선생님이 되었을 때 더 창의적인 교육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주었으면 좋겠어요.

Q. 이번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해요

생각했던 것보다 작업 후에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완성된 교실을 아이들이 즐겁게 활용하고 선생님들도 만족해하시니 건축가 입장에서 행복했어요. 하나의 작은 시작이라고 봐요. 단순히 학교가 원하는 공간이 아닌 진정으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이 프로젝트가 지속될 수 있고,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고요. 모두가 참여하는 워크숍을 통해서 함께 꿈꾸는 공간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정말 좋았어요. 이번에 탄생한 공간을 통해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끌어내고 도움을 주길 바랍니다.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과 희망이 담길 문화예술교실

▲ 공연연습이 끝난 후 함께 모여 즐거워하는 연극놀이부 아이들 ⓒ정기완

이제 아이들은 문화예술교실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실제로 무대에 올라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함으로써 소중한 추억을 쌓아갈 것입니다. 더는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닌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는 숨막히는 공간이 아닌 쾌적하고 문화로 가득한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은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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