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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3040 건축가]⑫세 남매 '활짝', 김창균의 '사이마당 집' (2013-05-25)

집에 오래 머무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한 공간 배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김창균 유타건축 소장의 최근작 ‘사이마당 집’의 개념이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단독주택 단지.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1시간여 걸려 도착했다.

김 소장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싱글벙글 웃으며 집 이곳저곳을 만지고 들여다봤다. 매주 찾는 현장이지만 준공을 앞둔 주택을 바라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마당에선 건축주의 세 살배기 막내아들이 일을 돕겠다며 뛰어다녔고, 건축주는 공사 인원들과 함께 마무리 손질을 위해 바빴다. 한눈에도 ‘마당 있는 집’짓기를 실현한 한 가족과 이와 함께한 건축가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파주 사이마당 집 전경. 본채와 별채 사이의 대청마루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진효숙 사잔작가
파주 사이마당 집 전경. 본채와 별채 사이의 대청마루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이다./진효숙 사잔작가

사이마당 집은 이름처럼 마당을 사이에 두고 집이 두 채로 나뉘어 있고, 이를 대청마루가 잇는 구조다. 보통 집과 달리 안방이 본채가 아닌 별채에 있다. 건축주가 해외출장이 잦을 뿐 아니라 나이가 어린 세 자녀가 좀 더 넓고 다양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집에서의 일상이 엄마와 세 자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손님을 맞는 거실보다는 놀이방 같은 거실을 만들어 세 자녀가 집에서 많은 추억을 쌓아갈 수 있도록 했다.”

사이마당 집 본채 내부 전경./진효숙 사진작가
사이마당 집 본채 내부 전경./진효숙 사진작가

실제 사이마당 집 대청마루를 통해 본채로 들어가니 정면으로 너른 거실과 반 층마다 계획된 세 자녀의 방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1층은 첫째 방이고 5~6개의 계단을 오르면 1.5층에 둘째 방, 다시 계단을 오르면 2층에 막내 방이 있는 구조다. 1층 첫째 방과 1.5층의 둘째 방은 방 안에서도 사다리를 타고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엄마와 아이들이 많이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공간 구성도 눈에 띤다. 막내 방이 있는 2층에는 엄마가 쉬면서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다락방이 있다. 방문만 열려 있으면 다락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출 수 있다. 아이들 방과 마주한 부엌 벽면도 트여 있어 엄마가 부엌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과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했다.

붙박이 책장과 계단 전경. 건축주의 세 자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진효숙 사진작가
붙박이 책장과 계단 전경. 건축주의 세 자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진효숙 사진작가

방과 수직으로 꺾인 계단 벽면은 붙박이 책장이다. 계단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꺼내 그 자리 바로 앉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배려한 건축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대청마루는 지붕이 유리로 마감돼 있어 빛과 날씨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별채로 따로 떨어져 있는 안방에는 구들을 깔았다. 대청 마루 가장자리를 여니 땔감을 넣고 불을 지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시험 삼아 구들에 불을 지펴보니 별채 규모가 작은 만큼 땀이 날 정도로 뜨끈뜨끈했다. 동네 어른들 모시고 찜질방으로 이용하자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여름엔 널찍한 대청마루에서 가족·이웃이 수박을 잘라 먹고, 겨울엔 구들장에 몸을 지질 수도 있는 집이라면 ‘아름다운 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계단 아래로 가족실이 마련돼 있다. 가족실, 아이방, 부엌은 모두 트여 있다./진효숙 사진작가
계단 아래로 가족실이 마련돼 있다. 가족실, 아이방, 부엌은 모두 트여 있다./진효숙 사진작가

사이마당 집은 대청마루와 다락까지 포함해 총 40평 규모로 단독주택치곤 작은 편이다. 그러나 본채·별채·대청마루 등 공간 형식이 다양하고, 본채 내부의 공간 구성이 세 자녀를 중심으로 꾸며져 40평짜리 아파트에 비해 훨씬 넓어 보였다.

“집을 사용하는 사람의 성별·나이·성격·습관 등을 고려하지 않은 평면은 당연히 공간 사용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좁아 보일 수밖에 없다. 제 몸에 잘 맞는 옷, 잘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편안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우리는 주거에도 적용해야 할 때가 됐다.”

 

-허성준 기자

[시사인]  ‘없어 보이는’ 디자인 추구한 집 (2013-04-28)

건축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야 한다. ‘한 칸 집’과 ‘사이 마당집’이 그런 문제의식으로 탄생했다. 유쾌한 집짓기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집이 너무 커 보이는 것 같아요.” 상량식을 하는날, 집 모양이 어떠냐는 물음에 집주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공장에서 프리컷으로 목재 글루램(자른 나무를 여러 겹 접착해 만든 집성재) 기둥과 보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을 했다. 첫 삽을 뜬 지 딱 아흐레 만에 상량식을 한 것이다. 그러니까 집주인은 골격이 갖추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천천히 집 모양에 익숙해지는 보통 집주인과는 다른 경험에 내심 당황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건축주는 마음속에 품었던 집을 처음 만나는 순간,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면서도 안도와 흡족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백승기</font></div>상량식을 마친 ‘한 칸 집’ 내부. 기둥과 보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을 했다.
ⓒ시사IN 백승기
상량식을 마친 ‘한 칸 집’ 내부. 기둥과 보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을 했다.

건축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디자인이라며, ‘없어 보이는 데’ 주안점을 둔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더 없어 보일까’라며 건축주에게 의견을 물었다. 건축주도 아이디어를 보탰다. 궁합이 잘 맞는 건축가와 건축주다. 한쪽에선 작아 보이는 집을 원하고, 한쪽은 없어 보이는 디자인을 추구한다니.

건축가는 검박한 선비의 사랑채를 디자인해달라는 집주인의 주문을 받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없어 보이는 디자인으로 오히려 우주를 품은 거대한 집을 완성해냈다. 기둥 16개, 9칸으로 구성된 이 집의 아무것도 아닌 공간 속에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길게 뻗은 지붕선 아래로 먼 풍경이 불러들여져 오히려 시선은 저 세상 끝에 닿아 있다. 시선을 멀리 뻗게 하는 이 집은 검박한 형태를 갖추었으되 기운이 장대하다. 유쾌한 집짓기의 첫 번째 실험인 ‘한 칸 집’이다. 건축가 김개천(국민대 교수)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학예관 이내옥씨가 건축주로 만나 빚어낸 깊은 풍경이다.

‘없어 보이는’ 디자인 추구한 집


“도면과 모형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데요.” 시공사 선정과 동시에 계약서에 도장 찍고, 휑하니 장기 해외출장을 떠났다가 두 달 만에 돌아온 속 편한 집주인 앞에는 어느새 의젓하게 집 모양을 갖춘 ‘사이 마당집’이 있었다. 건축주 김경호씨는 장기 해외출장이 잦은 방송사 카메라 촬영감독이자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오지 출장을 다녀와 까맣게 탄 얼굴로 나타난 건축주는 연방 싱글벙글이다. 이 집 공간 구성의 가장 핵심인 본채와 부부 침실이 있는 별채 사이를 벌려 만든 마당이, 집을 풍부하게 했다. “바로 이 자리예요. 산책 갔다가 이 길로 걸어오면서 집을 보게 되는데, 이 정도 위치에서 보는 모양이 아주 멋져요. 감리를 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이 자리에 서서 꼭 한번씩 보고 가요.” 따뜻한 가슴과 명석한 판단력, 실험적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젊은 건축가 김창균씨(유타건축사사무소)의 말이다.

그동안 스무 채 남짓한 집들이 ‘유쾌한 집짓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탄생했다. 어떤 집은 이제 막 준공을 앞두고 땅의 기운을 받아 꿈틀거리고 있고, 어떤 집은 종이 위에, 어떤 집은 아직 건축가와 건축주의 머릿속에 아주 작은 생각으로만 존재하기도 한다.

ⓒ시사IN 백승기
건축 중인 ‘사이 마당집’ 앞. 왼쪽부터 디자이너 김주원씨, 건축주 김경호씨, 건축가 김창균씨.

집터 앞 우물가 층층나무를 설계의 중심에 둔 ‘층층나무집’은 아마 가장 먼저 준공하는 유쾌한 집이 될 것이다. 저수지를 바라보며 두 획으로 완성한 씩씩한 기상의 집인데, 평생을 노동운동으로 보낸 집주인 부부의 새 출발과 썩 잘 어울린다. 건축가 부부 임형남·노은주씨(가온건축)가 층층나무집과 늘 함께여서 한결 든든하다. ‘존경과 행복의 집’을 지어달라는 주문을 들이민 ‘존·행·집’의 건축주는 신혼부부인데, 상담을 하는 날 우리는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나 한참을 흐뭇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핀을 마련하고, 아내는 긴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시곗줄을 마련했다는 그 가난한 부부 이야기와 어울리는 부부였다. 집을 짓다보면 건축주들은 항상 예산의 10%가량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 부부도 그랬다. 인테리어 스타일링 단계에서 본래 하고 싶었던 조금 더 좋은 부엌, 마음에 두었던 원목 마루 바닥재, 혹은 높은 서가 등 ‘작은 사치’를 부리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 그러자 하나씩 비상금을 털어 내놓기 시작했다. “이건 당신이 좋아하는 부엌과 마루를 해주려고 따로 마련했던 비상금이에요.” IT 컨설턴트로 집을 짓고 나서 재택근무를 하려던 남편의 말이다. 그러자 미소가 아름다운 아내가 “아, 서가 비용으로 나도 따로 마련해두었던 게 있는데. 당신 사무실이 꿈이 담긴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수줍게 말했다. 이런 건축주를 앞에 두고, 어떻게 집짓기를 방 세 개, 욕실 두 개짜리를 짓는 건설 행위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집은 오롯이 ‘삶의 물리체’다.

리빙큐브, 유쾌한 집짓기의 꿈은 계속된다

건축주와 상담을 하다보면 세대 간 특징이 드러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후, 펜션이거나 카페이거나 공방이거나 작업실이거나 주택에 부가적인 기능이 추가된 노후 대비 주택을 바랐다. 반면 젊은 30대 건축주 부부들은 아이들이 놀 만한 집을 만드는 데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심지어 “집을 놀이터로 만들어주세요”라는 요구도 다반사였다. 이런 주문을 받으면 건축가들은 신난다. 이렇게 살아 숨쉬는 일상의 소소함과 만날 때, 건축가들은 신나면서 오히려 더 진지해졌다. 더구나 예산이 넉넉한 프로젝트는 하나도 없었다.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었다. 우리네 삶처럼. 집짓기는 그런 사소한, 동시에 중요한 도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이 마당집’ 모형. 본채와 별채 사이의 마당이 집을 풍부하게 한다.

‘유쾌한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건축가들과 함께 우리의 소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한결같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집’을 만드는 데 건축가가 기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건축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보통의 삶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동안 유쾌한 집짓기를 통해 참 많은 사연을 만났다. 어떤 사연은 인연이 되었고, 어떤 사연은 생각의 빌미를 주었으며, 또 어떤 사연은 우리 마음속에 불을 지폈다. 이 모든 것이 좋은 집을 통한 좋은 삶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닿아 있었다.

건축가 24명이 결합한 ‘유쾌한 집짓기’의 다음 발걸음은, 우리와 인연이 맺어지지 못했던 사연들에 대한 이야기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건 순전히 우리 시각이었다. 마음속에 꿈의 씨앗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 꿈에 대해 우리가 해답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건축가가 제안하는 소형 주택, 리빙큐브’의 출발점이 되었다. 건축가들은 이제 작지만 단단한 집, 경제적이면서도 멋진 집을 모토로 건축가 개개인의 개성이 담긴 소형 모듈 주택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꾸면 꿈으로 그치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한 건축가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KBS 9시 뉴스]  “학교가 새롭게 변신했어요” 리모델링의 효과 (2013-01-19)

 

 

<앵커 멘트>

똑같은 모양의 교실이지만 약간의 리모델링을 하니 학생들의 호응이 무척 좋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김웅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입니다.

이 학교에는 일반 교실과 다른 공간이 있습니다.

교실 두개와 복도를 터서 만든 문화예술 교실입니다.

학생들에게 친숙한 원색을 칠했고 바닥에 나무를 깔았습니다.

학생들은 공연도 하고 뛰어 놀기도 합니다.
 

<서울 대길초등학교, 디자인 : 김창균 >

<서울 대길초등학교, 디자인 : 김창균 >

 

<녹취> 이민자(문화예술교실 교사) : "자유로운 느낌...아이들이 맘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예전에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던 도서관이 리모델링을 통해 방학 때도 아이들이 찾는 공간이 됐습니다.

창틀을 걸터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만들어 밝은 곳에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녹취> 이소진(건축가/도서관 설계) : "건축가들이 모여 아이들과 이야기 하고 원하는 바를 건축설계에 반영..."

시간이 걸려도 건축가가 아이들 의견을 모으고 설계와 감리까지 책임져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녹취> 오인영(대청중 1학년) : "나무도 있고 아늑하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아요."

지난 5년동안 43개 학교가 4천 만원씩 예산을 지원받아 이렇게 환경을 바꿨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교실을 설계하면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학생들의 학습 환경에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이윱니다.

KBS 뉴스 김웅규입니다.

[KBS 9시 뉴스]  어린이를 위한 건축은 놀이터 (2013-01-12)

<앵커 멘트>

동화를 연상케하는 집, 마당에서 언제든 뛰어놀수 있는 도서관,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건물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김웅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북 청도에 있는 이 어린이 도서관은 지역에 대도시 못지않은 독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곳곳에 빛이 통할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정서를 우선 고려했고 막힌 느낌 없이 터놓은 공간은 건물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했습니다.

2년 넘게 방치됐던 이 건물은 동화속 피노키오를 모티브 삼았습니다.

황량했던 예전의 공간이 아이들 눈높이의 예술체험의 장소로 거듭났습니다.

집속의 집, 즉 피노키오가 고래 뱃속에 들어간 상황처럼 아이들이 느끼도록 공간을 배치했고

이층엔 잠을 자는 등 쉴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녹취>김창균(건축가/예술체험관설계) : "어른이 정해놓은 프레임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움직이면서 느끼면서 만지면서 공간의 지도를 그려나가는..."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은 이 한옥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입니다.

자연스럽게 한옥과 친숙하게 해주면서 독서는 물론 곳곳에 마련된 마당에서 뛰놀수 있도록 했습니다.

<녹취>조정구(건축가/한옥도서관설계) : "한옥에 대한 추억들을 아이들이 독서하면서 느낄 수 있도록..."

획일적이지 않고 즐거움을 주는 공간, 어린이가 원하는 것을 구현한. 어린이를 위한 건축입니다

KBS 뉴스 김웅규입니다.

[시사인]  집 짓다 화병? 이젠 옛말 (2013-01-11)

 

                                                           ⓒ황효철

파주 ‘사이 마당 집’과 보성 ‘툇마루 주택’을 지으면서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즐거운 소통이 이루어졌다. 과정이 유쾌하지 않으면 흠투성이 집이 탄생하게 마련이다.

 

요즘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주거 문화는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와 노란색 학원버스로 대변돼왔다. 하지만 점차 주택 안에서 자기 가족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골목길과 땅을 밟고 그곳에서 여러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사무실에는 3040 세대를 중심으로 단독주택에 대한 상담이 많다. 이들 대부분이 단조로운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변화무쌍한 단독주택의 추억을 남겨주길 소망한다.

최근 사무실로 찾아온 세 아이를 둔 30대 중반 건축주 부부 역시 자신들만의 집을 원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막연하게 116㎡(35평) 규모의 방 몇 개, 욕실 몇 개를 생각했다. 상담은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다. 나는 먼저 규모보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물었다. 두 부부의 삶의 패턴은 어떤지, 세 아이의 생활은 무엇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그려보도록 했다. 건축주가 삶을 디자인하는 동안 나는 대지와 그 주변의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황효철
전남 보성의 ‘툇마루 주택’ 전경(위). 벽돌로 경사지붕 집을 짓고 담장을 낮게 해 이웃과 소통하도록 했다.


남편이 방송사 촬영감독인 부부는 조금은 여유롭게 자연이나 동네 문화를 접하고자 경기도 파주에 땅을 구입했다. 지금은 서울 아파트에서 전세를 산다. 평소 생활은 엄마를 중심으로 세 아이가 매우 긴밀하게 즐거운 가족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어느 정도 개인 공간이 필요하고, 동시에 손님을 주로 상대하는 거실보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방 같은 열린 공간이 있는 집을 원했다. 나는 몇 주간 인터뷰를 해서 상담 내용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음 만남에서 스케치로 표현해 보여주었다.

먼저 가장 사용 빈도가 낮은 안방을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대청마루를 통해 본채와 분리했다. 대청마루는 주변 자연과 마당에 열린 상태로 바람과 시선이 통하게 되고, 비나 눈이 올 경우 놀이를 하거나 빨래를 널 수 있는 마당 구실도 한다. 또 동남쪽 마당 전면의 툇마루와 연결되어 식구들이 언제든 걸터앉을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이 집의 이름을 ‘사이 마당 집’으로 지었다. 사이 마당인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집 안팎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전면 마당과 도로에 면한 경사지는 좀 더 효과적인 옥외 마당 구실을 하게 된다.

계단은 책 보거나 영화 감상하는 공간


또 하나 이 집의 특징은 아이들의 추억을 남기는 공간이다. 책꽂이를 품은 계단을 이용해 아이들 방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단차를 이용해, 가장 높이 위치한 아이 방 아래는 주방과 시각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놀이방 겸 가족실이 되도록 했다. 계단식 구성을 통해 식구들은 앉아서 책을 볼 수 있고, 때로는 영화를 감상하는 객석이 될 수 있다. 주방과 식당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공간이 연결되면서,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과 눈을 맞춰가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

아파트가 거실을 중심으로 닫힌 실내 생활을 한다면 ‘사이 마당 집’은 조금씩 성격이 다른 다양한 거실과 마당을 통해 가족 구성원 스스로 공간을 활용해나가도록 유도하는 ‘넓은’ 느낌의 집이 될 것이다.

ⓒ김창균 제공
경기도 파주 ‘사이 마당 집’은 주방과 식당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공간이 연결되면서 부모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아이들과 눈을 맞출 수 있다(아래, 아래 오른쪽). 대청마루를 통해 안방을 본채와 분리했다(아래 맨 오른쪽).


아파트 전세를 사는 건축주는 건축비가 풍족하지는 않다. 116㎡로 한정했고, 공사비도 예상이기는 하지만 내부 가구까지 포함해 전체 1억7000만원 안팎이다. 땅값까지 포함하면, 이 단독주택은 서울 아파트 전세와 맞바꾼 셈이다.

고풍스러운 동네이므로 새 집처럼 보이지 않게


최근 건축주가 “건축가는 자기 집도 아닌데 매일 설계 속 집을 수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장면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 등에 대한 필자의 제안에 만족해했다. “집 짓다 화병 걸린다는 말은 옛말이다”라고 건축주는 덧붙였다.

최근 완공된 전남 보성의 ‘툇마루 주택’도 이렇게 즐겁게 작업하고 그 결과로 좋은 성과를 낸 사례이다. 40대 중반인 건축주는 본인이 태어난 고향 집 자리에 나이 든 부모를 위한 집을 짓고 나중에 직접 귀향해 생활하기를 원했다. 원래 살던 집이 외풍이 심해 무엇보다 단열이 잘되는 따뜻한 집이면서, 작고 고풍스러운 동네인 만큼 너무 튀지 않고, 방금 지어진 새 집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동네를 둘러싼 산세와 주변 집들을 관찰해 툇마루를 가진 벽돌 1층 경사지붕 집을 제안했고, 더불어 담장을 낮게 해 이웃과 소통하도록 했다. 설계가 이루어지는 내내 건축주는 작업에 적극 동참했고, 나 또한 멀리 떨어진 현장에 기분 좋게 자주 다녀올 수 있었다.

집 짓는 작업은 분명 유쾌한 작업임이 틀림없다. 건축가인 내 집을 짓는 건 아니지만, 건축주들의 꿈과 가족 이야기가 담긴 집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주·건축가·시공사가 서로를 신뢰하며 즐거운 작업이 이루어질 때, 그 집은 사용하는 가족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평을 받는다. 과정이 유쾌하지 않으면 땅에도 어울리지 않는 흠투성이 집이 탄생한다. (글 : 김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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