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서울건축 아카데미]  건축가와 함께하는 건축 및 도시 답사_서울시립대학교 (2014-07-14)
[한국경제매거진]  [BEYOND ARCHITECTURE] 가족과 이웃, 자연과의 친밀한 소통을 꿈꾸다 (2014-03-13)
[C&M]  김민호의 사람이야기(271회)_김창균 건축가편 (2014-01-06)
[한겨레신문]  흩어진 서재들, 책 읽고 싶어지잖아 (2013-12-12)
양평 산수유마을 첫 집 2층에는 다락방처럼 마련된 도서관이 있다. 낮게 파인 책 보는 자리를 뻐꾸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비춘다.

[매거진 esc] 살고 싶은 집
위압적인 거실 서재 줄이고 계단 등 틈새공간을 책장으로 활용한 집 3곳

책이 있을 곳은 어디일까. 몇년 전부터 ‘거실을 서재로 꾸미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책이 서재를 벗어나 거실로 나왔더니 어찌된 일인지 쉴 자리가 부족해 보인다. 집집마다 가족마다 머물고 싶은 자리가 다른데 거대한 책장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격이다. 집안 곳곳 사는 이에게 틈새를 내주는 서재, 개성을 담은 책장을 갖춘 집 3곳을 찾아봤다.

거실로 들어오면 보이는 작은 도서관.

양평 산수유마을 주택

경기도 양평군 산수유마을로 들어서는 첫번째 집은 올해 3월 출판사를 운영하는 주인이 집들이를 마친 곳이다. 책이 많은 집주인은 오래전부터 바닥에서 천장까지 넓고도 높은 서가가 있는 집이 참 부러웠다. 집을 지은 건축가 김창균씨는 책이 너무 많으면 위압적이라고 생각했다. 서재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느낌이었으면, 구석구석 숨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주인은 땅을 정해놓고 마을의 잔잔한 모습이 좋아 주변을 거스르지 않는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건축가는 땅을 보러 갔다가 “이 집은 느리게 살아도 좋은 집”이라며 군데군데 책을 보며 쉬거나 기댈 곳이 있는 집을 계획했다. 1년 정도 머리를 맞댄 끝에 다락까지 합쳐 148㎡ 넓이의 집이 지어졌다.

산수유마을 첫 집에 들어와 현관을 지나면 거실과 식당, 안방으로 가는 길을 만나게 된다. 거실창과 마주 보고 큰 책장이 서 있다. 집주인이 ‘작은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온 가족이 함께 읽을 만한 책들, 손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을 꽂아두었다. 작은 도서관에 들르는 사람들은 보고 싶은 책을 찾아 책장을 등지고 거실창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다. 눈에 보이는 서재만 있는 게 아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뒤에는 숨어 있는 서재도 있다. 이곳에는 한 면은 책장, 다른 한쪽은 청소기 같은 짐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어서 책장 반 창고 반으로 쓰고 있다.

아들방의 책장과 다락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2층 계단을 오르면 주인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다락 도서관이 있다. 오랜 세월 출판사를 경영하며 소중히 모아온 귀한 책과 자료들을 모두 여기에 꽂아두었다. 서재에 앉으면 마을 앞쪽 논밭과 건너편 추읍산 봉우리가 내다보인다. 주인은 밖이 훤히 보이는 창을 원했다. 건축가는 지붕창을 밖으로 튀어나오게 해서 창을 만들고 ‘뻐꾸기 창’이라고 불렀다. 뻐꾸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가족들은 서재에 둘러앉는다. 서재는 일식집처럼 한가운데 바닥을 파서 책상을 놓은 덕에 바닥에 앉아도 다리를 펼 수 있다.

계단에도 통로에도 서 있는 책장들
읽고 싶은 장소에서 편하게
책 읽을 수 있도록 흩뿌려 놓았다
다락도, 창턱도 도서관이 된다

서재에서 아들방으로 가는 통로에도 책장이 서 있다. 이곳에는 가벼운 읽을거리를 놓아두었다. 집은 도서관이 아니다. 한곳에서 정숙하게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읽고 싶은 장소에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재를 흩뿌리는 이유다. 다락방이 있는 아들방에는 큰 책장 옆에 사다리가 놓여 있다.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다락으로 올라가서 읽을 수도 있고, 창턱에 앉을 수도 있겠다. 집주인 김경수(49)씨는 “집 안 어디서나 잠깐 틈이 있는 곳이면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미고 싶었다”고 했다. 집안 곳곳 책자리를 마련한 주인은 책벌레다. 김씨는 “책은 아직도 모으는 중이다. 잘 빌려주지도 않는다. 평소 잘 안 보던 책도 없어지면 빈자리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 했다.

통로에도 책장이 설치되어 있다.

용인 ‘책의 집’

경기도 용인 ‘언덕 위의 하얀 집’에도 소문난 책벌레가 산다. 박인하(42)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넘쳐나는 책들이 제자리를 찾는 집을 계획했다. 이 집은 우선 거실 한켠에 열린 서재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한쪽 벽에는 7m 높이의 서가가 있다. 2층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책장으로 만들었다. 책을 밟고 계단을 오르는 셈이다. 건축회사 홈포인트코리아는 곳곳에 서가를 품은 집을 짓고 ‘책의 집’이라고 이름붙였다.

밖에서 보는 산수유마을 첫 집의 모습.

박인하씨 가족은 새로 짓기 전에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살았다. 오래된 주택이 자꾸 무너져가는 기색을 보이자 아예 헐고 책을 위한 집을 새로 짓기를 계획했다. “따로 또 같이, 가족들이 각자 자기 공간에 들어가면 분리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같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이었으면 했다”는 박씨 가족은 1층은 열린 서재, 주방, 넓은 식탁으로 함께 하는 공간으로 삼았다. 2층엔 안방과 아이들 방, 두 딸이 잠만 자는 침실이 있다. 지은 지 1년쯤 되었다는데 이 집의 나이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커튼 하나 없는, 넓고 깨끗한 남쪽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빛바랜 듯 오래된 가구를 비춘다. 안방에는 일본에 살 때 샀던, 50년은 더 된 오랜 일본식 옷장이, 거실 한켠에는 부인 채송화씨 할머니가 물려주신 옛날 인두가 놓여 있다. 주방 앞에 있는 커다란 12인용 식탁은 새로 맞췄다는데 오래된 나무를 이은 듯 낡은 느낌이다.

1층 거실에 있는 ‘열린 서재’

책도 마찬가지다. 주인이 부지런히 닦고 매만진 듯 깨끗하고 정갈하게 꽂혀 있지만 책표지를 들여다보면 옛날 책이 수두룩하다. 만화평론을 하는 박인하씨는 만화 애호가들이 침 흘릴 만한 책들을 잔뜩 갖고 있었다. “시중에 1980년대 만화가 남아 있질 않아요. 김동화 작가의 <아카시아>는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책일걸요. 같은 작가의 <목마의 시>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보던 책인데 오래 싸들고 다녔죠.”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한번 나오면 그걸로 끝이고 곧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누군가 싸짊어지고 다닐 수밖에 없다”는 박인하씨는 고우영 <삼국지>, 강경옥 <이 카드입니까> 등은 만화방을 돌며 모으기도 했다. 그래도 부족하다. 애들 책, 어른 책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책들을 함께 모은 1층 서재 맨 위칸에는 1977년에 나온 동화 <엄마 거위의 노래>와 1954년 일본에서 나온 <알프스의 형제>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옛날 책에만 있는 낭만 같은 게 있어요. 책은 기억을 남기고 과거와 지금을 이어주잖아요. 기억이 담긴 집을 만들었으면 해요.”

용인 ‘책의 집’에 설치된 계단 책장.

울산 아파트 ‘평상형 서재’

아파트에는 대안이 없을까. 경상남도 울산시에서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는 손규상(36)씨는 12월1일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책이 너무 많아서 어디에 어떻게 놓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예전 집에서 거실에 티브이를 치우고 책을 뱅 둘렀더니 집이 너무 무거워졌다”고 했다. 무거워진 거실을 어떻게 할까. 손규상씨 집을 개조한 하우스스타일 김주원 대표는 “거실을 서재로 할 때 보통 거실 가운데 큰 테이블을 놓고 한쪽 벽에 책장을 꽉 채운다, 안락하지 않고 책을 늘 마주 보고 살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 집에선 책을 등 뒤에 두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거실에 큰 평상을 만들었다. 평상 위엔 여행책이나 잡지처럼 가벼운 읽을거리가 꽂힌 낮은 책장을 두었다. 가족들은 각자 좋아하는 책 한권씩을 들고 평상에 걸터앉기도 하고 주방 식탁에 앉기도 한다. 김주원 대표는 “부엌 탁자와 서재를 연결해서 식탁이 서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책을 보는 다양한 자세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울산 아파트에는 거실 책장에 커다란 평상과 소파를 두어 가족들이 곳곳에 걸터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가족은 자기 방에서는 각자 좋아하는 책장을 가진다. 2살 딸아이 방에는 다락 침대를 만들고 아이가 들어가서 놀 수 있는 숨은 공간을 만들었다. 아이가 숨을 수 있도록 아이의 작은 책장이 침대를 막아섰다. 5000권 넘는 책이 꽉 채운 서재는 손규상씨가 공부하는 방이다. 부인은 화장대 밑에 작은 책장을 두어 좋아하는 책을 꽂아뒀다.

서재를 나온 책은 누워서도, 지나가면서도 읽힌다. 집이 서재를 포용하는 자세가 다양해지고 있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진효숙 작가, 하우스스타일, 홈포인트코리아 제공

[전원속의 내집]  대한민국에서 집짓는 건축가로 살아남기 (2013-12-01)

 

2013_12 표지.PDF

2013_12 건축가인터뷰_김창균.PDF

 

대한민국에서 집짓는 건축가로 살아남기

유타 건축사사무소 김창균 건축가에게 듣는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집'은 사는 곳(Live)보다 사는 것(Buy)에 가까웠다. 젊은 건축주들을 중심으로 정주 여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 중 영리한 건축주들은 나와 내 가족에게 꼭 맞는 공간을 만들어줄 전문가를 찾아 헤맨다. 대한민국에서 집 짓는 건축가로 알려진 김창균 소장에게서 건축주와의 소통을 엿본다.


소장님이 설계한 집은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건축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 건축가, 그들이 궁금하다 _ 건축 특히 주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건축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일반인에게 먼 대상이다. 본지에서는 '건축가, 그들이 궁금하다' 섹션을 통해 최근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건축가들의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건축이 주된 관심사에요. 기본기가 충실한 건축이랄까요. 건물이 놓일 땅과 그곳을 사용할 사람, 건축을 구성하는 재료를 솔직히 드러내고 동네 안에서 잘 어우러지는 건물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집이든 사무실이든 화장실이든 무엇보다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친근한 동네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유명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빌라 사보아Villa Savoye'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실제로 건축주는 그 집에 단 한 번도 살지 않았어요. 저는 제 이름을 걸고 그런 집은 만들고 싶지 않아요. 사람이 생활해야 하는 '집'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에게 건축가로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할 프로젝트들은 따로 있어요. 최근, 서울 시립대학교 정문과 국제학사 외국인 기숙사 1층은 공모전에서 새로운 철학과 상징성을 담고 있다고 평가받아 당선됐어요. 이렇게 사회와 건물 형태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며 고민해야 할 프로젝트는 그렇게 하고, 동네에서 튀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게 자리 잡아야 할 집은 또 그에 맞춰서 설계해야 하고요. 일반 대중들이 쓰는 건물은 저의 목소리는 은은하게 배어 있되 그분들 목소리가 드러나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대중은 아직도 건축가를 '권위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나라 건축교육은 '거장'을 만들려는 커리큘럼으로 짜여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대학교 졸업설계 전시회에 가보면 집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형 건물을 설계하고, 도시를 계획해요. 동네를 만드는 일도 건축가의 몫인데, '주택' 같은 소규모 설계는 건축과 수업에서 한학기 뿐이에요. '거장'보다는 '제대로 짓는 건축가'가 더 중요한데 말이죠. 또, 건축가가 쓰는 형태, 컨텍스트, 물성 등의 단어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건축 책도 마찬가지로 건강한 도시와 마을, 집에 관한 실용서도 없고요. 그래서 점점 건축가가 대중에게 어려운 존재로 인식된 것 같아요.

사실, 예전에는 건축가에게 주택이란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는 일종의 도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짓기로 인해 대중 매체에도 건축가의 이름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그 대표주자로 스스로 '집짓기 초보 건축가'라 칭하는 김창균 소장이 있다.

당신을 찾는 건축주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확실히 이전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젊은 층은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된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집에 담으려 해요. 아이들을 위해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분들만 저한테 오시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하하). 대다수가 35평 규모, 2억 안팎의 예산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공통으로 춥지 않고 환기가 잘되고 편리한 집을 지어달라고 하세요. 그동안 단독주택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거죠. 땅콩집에서 목조주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공간이나 단열 등에 대한 개념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집을 설계하려면, 거주할 사람들을 잘 알아야 하잖아요. 그들과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소장님만의 비법이 있나요?

저는 초반에 과제를 많이 내요. 생활이 다르고 움직이는 패턴이 다르니 최소한의 정보를 파악하고 검증하는 과정이에요. 이게 설계의 기본 자료로 쓰이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집은 자기가 짓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주변 땅을 분석하고, 동네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재료와 디자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건축주가 원하는 동선을 효율적으로 교정해 평면을 합리적으로 만들고, 견적이 예산 안에 들어올 수 있게끔 조정하는 역할이죠.

모형을 많이 만드는 건축가로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저희 같은 경우, 한 프로젝트당 모형을 15~20개가량 만들어요. 그래서 사무실에는 폐기된 모형들이 곳곳에 쌓여 있어요(웃음). 3D로 만들어서 보여드리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도면은 어려워하는데 모형은 재밌어 하세요. 집이 다 지어지면 꼭 완성모형을 드리는데 "우와! 집이랑 모형이랑 똑같다! "며 좋아하세요. 특히 아이들 있는 집은 반응이 더 좋아요. 저도 젊고 사무실 직원들도 다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니,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하는 미팅이 한판 웃고 떠들다 가는 자리가 되곤 해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건축주들의 태도나 생각도 바뀌나요?

처음 저희에게 설계를 맡길 때 "저희 동네에서 설계하는 것보다 5배 비싼 거 아시죠? "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세요. 근데 집 짓는 과정이 끝나고 나면 "아, 이래서 설계비가 이만큼 드는구나! " 하세요. 왜냐면 열흘에 한 번씩은 건축주와 만나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저와 담당자가 매주 현장에 방문해 제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니 결과적으로 본인들이 생각하는 대로 집이 만들어지니까요. 결국에 그분들이 하는 얘기는 "우리 동네 집장사는 미팅도 몇 번 안 하고, 현장에 잘 나가보지도 않으니, 알고 보면 시간당 단가는 당신보다 그들이 훨씬 많이 받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건축가는 그렇게 일 안 하거든요. 투입되는 인원과 시간이 훨씬 길고, 많은 아이디어와 시공 방법으로 건축주들이 꿈꾸던 건물을 만들어줄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들이니까요.

집 지으면서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다면요?

최근 마무리한 철원 평상집과 파주 사이마당집 모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많고, 특히 초기 회의 때 그린 스케치가 그대로 지어진 집이에요. 평상집은 엄마의 손님이 많은데 작은 집을 원하셔서, 주방 앞부분을 필로티로 들어 올려 그곳에 비 맞지 않는 평상을 두고 접이문을 설치해서 안팎이 연결되도록 했어요. 또, 사이마당집은 세 아이를 위해 계단으로 각각의 방을 연결하고 막내아이 방 아래 가족실을 두고 주방에서 모든 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아이들이 언제든 엄마와 눈을 맞추면서 지내는 집이죠. 두 건축주 모두 자신이 원하는 바가 건축가에 의해 그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믿어주셨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던 집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아요.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려면 얼마 정도의 예산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건축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저를 찾아오는 건축주들은 평균적으로 집 짓는 총 예산이 1억 5천~2억원 정도인데 그들에게 설계비 4천만원을 내라고 한다면, 그건 건축가가 설계한 집에 살지 말라는 것 같았어요. 특히 젊은 건축주는 지금 사는 집을 팔고 아이들을 위해서 집을 짓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제가 책정한 최소 설계비는 현재 2천만원이에요. 그리고 이보다 예산이 넉넉한 경우에는 전체 공사비의 10%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비 건축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 중 하나가 '설계비는 과연 어디에 쓰이나?'하는 것인데요.

설계는 건축가 혼자서 도면을 그리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건축, 설비, 전기, 통신, 소방, 구조 분야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기술사가 그 집에 대해 관련기관에서 승인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고 각각 최소 100만~150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이것만 해도 500만원 이상이지요. 이런 걸 처음 들은 건축주는 당연히 놀라죠. "건축가가 다 하는 거 아니었어요? " 이러면 "아닙니다. 법으로 이 사람들이 다 도장을 찍어야지만 허가가 납니다. 당연히 필요한 비용입니다" 말씀드려요. 이것들이 기본적으로 설계비에 포함되어 있어요. 건축주가 갑(甲)이면 제가 을(乙)이고 이들이 병(丙)인 거죠. 또, 매주 미팅과 현장 방문해서 현장에 맞게 수정하고 제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건축가의 몫이지요. 저와 저희 직원이 함께 번갈아 가면서 현장에 가는데, 갈 때마다 수정사항이 발생해요.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건축이 진행되는 최소 6개월 동안 2,000만원이란 돈은 정말 최소한의 금액이에요.

건축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건축주들한테 "평생 가는 것에는 좀 더 투자하십시오" 라고 설득해요. 집의 '성능'과 관련된 것들에는 돈을 좀 들이고, 취향이나 유행에 따라 변하는 인테리어, 마감 등은 조금 힘을 빼자는 게 제 생각이에요. 외부는 맘에 안 들면 벽돌로 다시 쌓으면 되고, 도배•장판•페인트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잖아요. 근데 건축 재료 중 단가가 제일 싼 단열재는 정말 신경 써야 해요. 현장에서 단열이 조금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건축주에게 동의를 구하고 최대한 보강해요. 단열이 잘 된 집은 확실히 난방비가 절약되니 쾌적함이 올라가거든요.

↑ 철원평상집

↑ 사이마당집

↑ 보성주택


한 프로젝트를 온전히 도맡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건축가가 제대로 짓는 집은 집장사들이 짓는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설계비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적정 설계비의 기준도 없는 단독주택 설계 시장에서 '집'을 설계해 사무실을 꾸려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김창균 소장의 이야기는 '생존기'에 가깝다.

↑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현상설계 당선작


젊은 나이에 유타 건축사사무소를 세우고 직원 8명을 둘 정도의 건실한 설계사무소로 자리잡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무실 운영 초기에 일이 없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 설계를 마친 작업을 발주처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임의로 고쳤을 때에는 자존심도 많이 상했었고요. 심지어 현상설계에 당선된 안을 담당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변경한 경우도 있어요. 실시설계까지 끝난 상황이었는데도요. 이럴 땐 건축가로서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어서 정말 화가 나요. 제가 회사에 다닐 때는 누구도 "너도 언젠간 독립해야 하니 차근차근 준비해라"라는 말을 해준 적이 없어요. 저는 그저 도면 그리고, 공모전 준비하고, 현장 감리하는 소모품이었던거죠. 그래서 저는 저희 직원들에게 프로젝트 하나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많은 권한을 줘요. 이들도 언젠간 젊은 건축가가 되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사무실을 낼 인재들이니까요. 그래서 이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게끔 저희 세대에서 주택건축 설계분야의 토양을 잘 다져놔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아, 건축가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좋은 건축이란 이런 거구나. 집장사에게 맡기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건조해지는구나! ' 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건축가로서의 더 큰 비전이 궁금합니다.

이제는 유명한 집,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보다는 '우리 가족만의 집'을 짓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젊은 건축가들도 이를 준비하며 탄탄히 성장하고 있고요. 아마 10년 후쯤이면 지금보다는 훨씬 다양한 유형의 주거가 발달할 거예요. 좀 더 크게 보면, 집이라는 점과 점이 있고 그걸 연결하면 하나의 길이 되고, 길이 모여 동네가 되고 도시가 되지요. 작더라도 다양한 매력을 갖는 조그만 점들이 주변과 잘 어울리면서 하나씩 들어선다면, 좋은 길, 좋은 동네, 좋은 도시가 만들어질 거에요.

끝으로 집짓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픈 조언이 있다면요.

집을 짓는 과정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부지 구매에서 시작해서 최종 입주할 때까지 건축가, 시공자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함께 집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면, 아마 즐거운 집짓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또 건축가를 찾을 때는 막연하게 얼마에 몇 평 보다, 먼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가족과 충분히 대화한 뒤 건축가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세요. 도면이나 모형, 혹은 공사 중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논의해도 됩니다. 제가 건축주들께 늘 말씀 드리는 것도 이거예요. "과정을 즐겼을 때, 결과는 자연히 좋아진다!"고요.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