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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2011-11]  젊은 건축가들,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다 (2011-11-17)
일상 곳곳에 스며든 건축 디자인의 작품들이 하나 둘 서울의 공기를 바꾸고 있다. 변화의 흐름은 점포 주택, 공원 옆 공중 화장실, 그리고 다세대 주택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 이면엔 건축의 가치를 일상의 한 부분이라 인식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이 시대 젊은 건축가들이 존재한다. 작품이라 으스대지 않아서 친근한, 그들의 이야기에 중독되어보자.







동네의 흉물로 남겨질 뻔했던, 펌프장과 공중화장실. 하지만 유타건축사사무소 김창균 소장의 디자인을 입은 건축물들은 친근하고 행복한 스토리를 지닌 ‘작품’이 되었다. 그 지역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편안하고 즐거운 그만의 디자인으로 그는 ‘동네 건축가’라는 소소한 별명을 얻었다. 그의 젊음은 거창함을 벗어던진, 디자인과 철학의 담백함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창균(유타건축사사무소 소장)

Q 2011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이 당신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지만, 대학건물, 삼청가압장 리모델링, 공중화장실 시리즈를 선보였다. 일상적인 것들, 중요한데 멀리 피해왔던 것들에 대한 작업에 주력해왔다. 건축디자인은 일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매일 내가 사는 공간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건축디자인이 먼 이야기에 불과했다면, 최근에는 대중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디자인의 저변이 넓어져서 ‘동네 건축가’로 활동할 수 있는 변화의 트렌드가 느껴지는 것 같다.

Q 공중화장실들을 리모델링했던 ‘화장실 시리즈’ ‘삼청가압장’ ‘서울시립대학교 미디어관’ 등 다양한 출품작이 있다. 애착이 가고 좋아하는 건축물이 있다면 무엇인가.
삼청가압장 건물은 1960년대 지어진, 아무도 인식 못했던 펌프장이었다. 이 공간은 형태 자체를 바꾸기보다 전체적으로 삼청동의 빈티지한 벽돌 느낌을 살려서 거리 본연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한땀 한땀 정성이 담긴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벽돌들을 빈틈을 주어 쌓았다. 밤에는 이곳을 와인바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웃음). 초창기엔 바로 옆에 카센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카페가 새로 들어섰다. 건축물이 변하면 동네가 변한다는 공식의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던 건물이 변함으로써 거리 자체의 분위기, 풍경이 변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 역시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다음으로 공중화장실 시리즈 중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도 반응이 좋았다. 아파트 놀이터에 있던 흉물스러웠던 공간을 테트리스 블록 같은 느낌으로 디자인을 시도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해 개인적으로 보람을 많이 느꼈던 작품이다.

Q 남산야생화공원, 남산장충체육회 화장실, 상계동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 비석골공원 화장실 등 4개의 화장실 연작을 선보였다. 디자인을 입힌 공간이 공중화장실이라는 점에 있어 의외의 측면도 있지만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것은 칙칙한 공중화장실의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났다는 부분이다. 어떠한 점을 가장 많이 고려했는가.
자연환경도 하나의 인테리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화장실이라고 해서 기존처럼 공간의 한구석에 꽁꽁 숨기는 디자인이 아닌, 주변의 자연환경을 아우르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산책로의 일부처럼 만들어 자연의 배경이 되는 화장실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Q ‘공중화장실 시리즈’처럼 대한민국에서 공공건축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주택은 건축주의 만족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공공건축은 어떤 사람이 사용할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그렇기에 그 동네의 아이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바뀌어야 할 우리의 문화가 있다면 크고 거창한 것만이 건축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은 건축물에서부터 변화를 심을 수 있고 이러한 작품들 역시 동네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모습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동네마다 특이성이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본다.

Q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건축물이 있다면.
파출소! 너무나 다들 똑같이 생겨서 재미없다. 동네의 작은 건축물부터 재미있게 바꾸어 그 동네의 명소가 되는 일을 꿈꾼다.

[한겨레신문]  수도가압장·공장굴뚝이 칙칙하단 편견은 버려! (2011-11-09)
서울 수도사업소가 건축가 김창균(유타건축 대표)씨에게 설계를 맡겨 새로 고쳐 지은 서울 삼청동 가압장. 1960년대에 지은 이전 가압장(왼쪽)의 높은 담을 헐어내고, 기존 건물을 벽돌 외피로 감싸 거리의 미관을 살리는 새로운 모습(오른쪽)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유타건축 제공

건축가 김창균
고압적으로 고립된 가압장
담장 허물고 조명·외장 단장

건축가 신희창
스카이라인 결정짓는 굴뚝
돛단배·첨단빌딩 모습 ‘진화’

고급 점포들이 즐비한 서울 삼청동 언덕길. 어떤 취객의 눈에 벽돌 사이로 불빛이 은은히 흘러나오는 한 건물이 보였다. 와인집으로 생각한 취객은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열리지도 않았다. 자세히 보니 간판도 없었다. 건물은 다름 아닌 수도가압장. 깔끔하고 멋진 수도가압장 디자인이 마치 와인집 못잖아 벌어진 웃지 못할 실화다.

한국 도시가 칙칙해 보이는 이유는 여러 설비성 구조물들이 다른 나라들보다 거리와 도시 곳곳에 많고, 이 설비들이 미관상 그리 볼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꼭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이런 시설물 디자인에 대한 지적은 오랫동안 전문가는 물론 시민들로부터도 제기되어 왔다. 최근 들어 작지만 반가운 변화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건축가들이 생활 속에서 도시 시설물들의 디자인에 참여해 새롭게 고쳐나가는 작업들이다.

■ 와인집으로 오해받은 가압장 삼청동 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한 김창균 유타건축 대표는 ‘화장실 건축가’로 유명하다. 서울 남산야생화공원과 남산 장충체육회, 서울 상계동 상상어린이 공원 등의 화장실 연작으로 ‘집 같은 화장실’ ‘카페처럼 예쁜 화장실’이란 호평을 받으며 올해 ‘젊은 건축가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 북촌에 들어선 삼청가압장 리모델링 건물은 거리 시설을 탈바꿈시켜온 그의 작품 중 하나다. 원래 이 가압장은 1960년 지은 평범한 단층 건물로, 석축과 높은 담장으로 건물을 가려 고압적인 분위기를 내면서 고립되어 있었다.

김 건축가는 건물의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담장을 없애고 건물 외장을 목재와 벽돌로 새로 꾸몄다. 벽돌은 사이를 띄워 안쪽의 기존 건물이 은근히 비쳐 보이도록 하는 동시에 벽돌 틈 사이로 조명이 흘러나와 밤에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했다.

김 대표는 “거리에 꼭 있어야 하는 시설인 만큼, 오랫동안 있었던 가압장을 무언가로 대체하는 리모델링 방식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최대한 인정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더해 더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의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건축가 신희창씨가 설계해 머잖아 지어질 원주 그린에너지 굴뚝.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전망대로도 쓰일 예정이다.
■ 굴뚝, 깔끔해지면 안 돼?신희창 건축환경연구소에이엠시(AMC) 소장은 요즘 ‘졸지에’ 굴뚝 전문 건축가가 됐다. 도시 안 공업지역에서 굴뚝은 스카이라인을 결정짓는 가장 두드러지는 시설물이지만 천편일률적인 ‘무 디자인’이 대부분. 신 소장은 2009년 엘에이치공사의 충남 아산 배방 지구 집단에너지 시설에 들어선 80m짜리 ‘연도’(굴뚝)를 설계한 뒤로 소문이 나면서 굴뚝 설계 의뢰를 잇따라 받고 있다.

아산 굴뚝은 수직으로 높게 솟는 굴뚝의 특성상 마천루 빌딩처럼 구조적인 미학을 추구한 것이 특징. 세 개의 굴뚝 중 두 굴뚝 맨 윗부분에 디자인으로 포인트를 주고, 가장 높은 굴뚝 하나는 철제 트러스로 둘레를 씌워 주변 공장 시설들과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차별성을 더했다. 그 뒤 충남도시가스의 대전 학하 공장 굴뚝을 디자인했고, 한진중공업과 중부발전 등 대형 에너지시설 굴뚝들도 설계중이다. 디자인도 점점 첨단 고층 빌딩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나가고 있다. 신 소장은 “산업시설 굴뚝은 경관에 미치는 시각적 영향이 크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에 대한 고려는 적었다”며, “이제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에서 주변 모든 사람을 위한 외부 환경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TOP CLASS]  김창균 | 화장실이 숨겨야 하는 공간이라고요? (2011-11-01)

공공화장실의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건축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건축가 김창균씨. 화장실에 대한 기존 통념을 뛰어넘으며 공간을 새롭게 해석해 ‘2011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중화장실은 남녀노소 모두 이용하는 작은 단위의 공공 건물로 어떤 공공건축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공중화장실을 ‘디자인’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화장실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껴나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가 설계한 서울 상계동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은 퍼즐 맞추기를 연상케 하는 반투명 재질로 만들어졌다. 밤에도 희미한 조명이 들어와 멀리에서도 눈에 띈다.

“설계를 시작할 때는 ‘화장실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어야 하는 곳’이라며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사실 화장실만큼 사람에게 중요하고, 자주 이용하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에도 존재감 없는 공간이 되는게 안타까웠어요. 각각 장소의 특성에 맞는 디자인으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상계동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과 개념도.


색다른 접근이 명성을 얻으면서 그는 공공 화장실의 리모델링을 여러 차례 맡게 되었다. 그중 서울 남산의 야생화공원 화장실은 노출 콘크리트로 외벽을 만든 후 자연에 푹 파묻힌 듯한 느낌으로 디자인해 야생화공원과 맥락을 같이했다. 보통 출입구가 마주 보고 있는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의 공간을 각각 나누었고, 산책로 뒤편에 있는 나무가 보이도록 설계해 화장실에 들어가면 마치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서울 상계동 백병원에 있는 화장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을 배려해 입구와 통로를 넓게 만들었다. 또 천장을 높게 디자인해 빛이 많이 들어오도록 했다. 서울 월계동 비석골 근린공원에 만든 화장실은 주변에 돌이 많다는 환경을 반영해 벽돌로 외벽을 쌓고 건물 사이에 나무를 심는 등 자연친화적으로 디자인했다.

곳곳에 ‘틀을 깬 새로운 화장실’을 선보이며 우리나라 건축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건축은 문화와 예술의 범주에 있지만 우리가 만지고 걷는 등 일상에서 경험하며 소통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2009년부터 UTAA(Urban Tablet of Actualized Architectural Arcadia)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오고 있는 그.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었다고 한다. 무명의 건축가로 일거리를 찾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모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는 건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공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건물을 보는 건 누구나 공짜예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입장료를 낼 필요도 없고, 바깥에서 이리저리 둘러볼 수도 있고, 만져 볼 수도 있잖아요? 건물이란 게 작지만 주변과 호흡할 때 보는 사람이 즐겁고, 사용하는 사람이 즐겁습니다. 이렇게 작은 경험 하나 때문에 행복을 느끼는 것이 건강한 사회가 되는 작은 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요.”


그는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다고 했다. 그 목적은 하나. 자신이 만든 건축물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라 한다.

“건물은 나 혼자만의 가치가 아니라 주변도 같이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비록 작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그는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으로 파출소 리모델링을 꼽는다. 사람들이 경원시하는 파출소 건물을 ‘동네 사랑방’같이 즐겨 이용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한다.

[Marie Cleire 10월호]  유재석과 건축 (2011-10-21)

프랭크 게리는 네덜란델 빌딩,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처럼 재료와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 속의 건축물을 현실 속에 빚어내는 건축가다.



프랭크 게리는 네덜란델 빌딩,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처럼 재료와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 속의 건축물을 현실 속에 빚어내는 건축가다. 그런 그도 건축가의 세월은 너무 빨리 흘러가 버린다고 고백처럼 털어놓은 적이 있다. 건축주와의 커뮤니케이션과 대중적인 이해, 건축가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건축을 정해진 시점과 현실적인 예산 안에서 구체화 하는 작업을 끝내는 법을 익히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다 보면 훌쩍 50대 후반이나 60대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루이스 칸이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같은 건축가들이 명성을 얻은 것도 다 그 즈음이다. 그러니까 다른 분야에서는 마흔 살쯤 되면 어지간히 자기 세계를 이룬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마흔 한 살 먹은 건축가는 걸어온 길보다는 가야 할 길을 생각해야 하는 게 맞다. 건축가 김창균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젊은 건축가상>의 올해의 수상자다. 그러나 배우들이 신인상은 꼭 받아보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젊은 건축가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을 수상하게 된 이 젊은 건축가는 아직 어디 있는 무슨 건물이라고 하면 대중들이 알 만큼 유명한 작업을 한 적이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내 작업 얘기를 한 적이 없었어요. 작은 건물들이고,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학생 때는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던 분들한테 내가 했던 작업들을 평가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출품하게 됐죠. 다른 출품작들 낸 건축가들 프로필 보니까 와, 한 줄짜리 프로필은 나 하나더라고요(웃음). 다들 외국 어디어디에서 공부하고, 어떤 작업을 하고, 기가 죽던데요."


알록달록한 프로필은 없었지만 그는 '건축은 규모와 상관없이 하나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올해의 젊은 건축가가 됐다. 사실 작업 결과 만큼이나 인정받아야 하는 건 그가 꾸준히 작업을 해올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다. 무명의 국내파 건축가에게 선뜻 설계를 의뢰하는 건축주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게 공모전이다. 이번 수상에도 기여를 한 작업인 서울 시립대학교 미디어관 역시 공모전을 통해 작업할 기회를 얻었다. 학생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에 주안을 둔 작업이었다. 그보다 더 작은 작업이지만, 김창균이 애착을 갖는 작업 중 하나가 삼청동 가압장 리모델링 프로젝트다. 서울시의 수도 펌프장 중 하나인 삼청동 가압장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선 삼청동 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낡은 건물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힐끗 쳐다보게 만들었던 정체불명의 공간은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아니었다.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하고 수리하는 걸로 끝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무슨 일이 벌어지는 곳인지 궁금증만 유발시키는 곳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대중적인 공간은 아니어도, 시각적인 불편을 끼친다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았다. 우선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벽부터 허물었다. 삼청동이라는 공간적 특성도 고려됐다. 주변 환경과 부딪히지 않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재료가 벽돌이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공존하는 삼청동에 어우러질 수 있는 물성을 찾다 벽돌 벽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기존의 가압장이 불편한 호기심을 만드는 공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벽돌과 벽돌 사이를 시멘트로 메우는 대신, 작은 틈을 둬 공간 너머가 슬쩍 비치도록 했다. 이제 삼청동 가압장은 아무리 봐도 국가 보안 시설처럼은 보이지 않는 삼청동의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럴 듯한 상업 공간이나 주택 보다는 공공시설 작업을 주로 해온 그의 프로필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공간은 공중 화장실이다. 세상에서 제일 폼 안 나는 공간, 건축가의 프로필을 화려하게 치장해주지 못할 것이 뻔한 공간이지만, 상계동 어린이공원 화장실이나 남산 야생화공원 화장실, 비석골 공원 화장실 등 지금까지 그가 리모델링한 공공 화장실만 무려 15 군데다. 김창균의 '화장실 건축' 얘기를 들었을 때 먼저 떠오른 건 고속도로 휴게소의 '웅장한' 화장실들이었다. 싸구려 두루마리 휴지도 걸려있지 않은 냄새 나는 공중 화장실들이 사라지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화장실 선진화를 내세우면서 앞다퉈 다시 지은 화장실들은 하나같이 왕궁을 흉내 낸 예식장만큼이나 우스꽝스러웠다. 김창균의 화장실들도 적정한 사이즈에 대한 균형감을 잃고 지나치게 넓어져 버린 공간, 지구가 멸망해도 시들지 않을 조화 장식, 누구의 감수성인지 알 수 없는 명언이나 시가 걸려 있는 풍경을 가졌을지, 자꾸 화장실을 짓는 이유는 뭔지 궁금해졌다.


"해도 티도 안 나고, 아무도 안 한다고 하고, 남이 하다 그만 둔 거 맡아서 해서 저 스스로 재활용 건축가라고 하고 다녀요(웃음). 공중 화장실 작업을 할 거라는 얘기를 했다가 주목 받으려면 코끼리 모양의 화장실처럼 어떻게든 눈에 띄는 작업을 해야 할 거란 답을 들은 적이 있어요. 공중 화장실은 가장 작은 단위의 공공시설이잖아요. 꼭 있어야 하는 공간. 누가 봐도 딱 화장실처럼만 보이는 화장실이 아니라, 주위 환경과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살린 화장실을 만들려고 했어요. 장소가 다르고 쓰임새가 다르면 디자인도 달라져야 하니까요. 금천구의 재래시장 안에 거의 썩어가고 있다는 게 맞는 화장실이 있었어요. 리모델링 작업 후에 시장 분들 좋아하시는 거 보면서 보람 좀 느꼈죠. 계속 하고 싶은 작업이에요. 최근에 화장실은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문제가 돼서 오히려 아쉬워요."


김창균의 건축이 공공시설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주택이나 상업 공간을 작업할 때조차도 그에게는 공공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는 건물이 세상 무엇보다도 공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공연이나 전시는 돈을 내야 볼 수 있지만, 건물은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밖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다. 반면 주변과 어우러지지 않고 과도한 형태나 재료를 뽐내며 건축가를 빛내기 위해 튀기만 하는 건물은 공해다. 보기 싫은 것을 보는 건 피곤한 일이다. 건축가는 자신의 미적 비전을 현실에 펼치는 아티스트이자 건축주의 요구를 구체화하는 실행 주체이면서 동시에 공공성에 대한 책임과 관심을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어야 하는 건 그래서다. 그가 모교의 후배들에게 강의를 할 때마다 너희는 유재석보다 더 공인이라고 얘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구나 매일 봐야 하는 건물을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너희는 유재석보다 더 공인이다, 유재석도 매일 봐야 하는 건물을 설계하는 사람이지 않느냐고 얘기하죠."



최근 그는 모교인 서울 시립대학교의 교문을 새로 짓는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모전을 통해 맡게 된 작업이다. 유난히 잦았던 폭우에 철이 부식돼 교문이 무너져 내렸고, 개교 100주년을 앞둔 학교에서 이 참에 새로운 교문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101년의 역사를 시작하는 대학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교문 교체 작업을 맡게 된 김창균은, 위용을 자랑하는 교문 대신 아예 문을 없애고 개방된 구조를 설계하는 쪽을 택했다. 우리는 대학입네, 하는 권위적인 교문보다는 지역 커뮤니티의 한 부분으로 누구나 문턱 없이 드나들며 이웃할 수 있는 열린 대학이 정답이라는 생각에서다. 일련의 작업들을 살펴볼수록, 앞으로 건축가 김창균이 선보이게 될 건축물들이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건축을 위해 건축가의 자의식을 얼마쯤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를 먹게 될 것이다. 굳이 그런 그의 건축에 이름을 붙인다면 '착한 건축'이나 '친절한 건축' 쯤이 될 것도 같다.


"우리나라의 건물과 도시는 어디에 가든 비슷한 편이잖아요. 서울도, 부산도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완전히 달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뉘앙스의 차이, 아우라의 차이는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건축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또 그걸 보여주는 게 제 역할이면 좋겠고요. 건축처럼 흔한 게 없잖아요. 제가 작업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미 나를 만나기 전에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에요. 방향성을 가지고 작업하는 건축가가 아닌 사람들, 사장님, 이번에 100평 꽉 채워서 가져가시게 해드릴게요, 하는 사람들이랑요. 건축이 가지는 진정성, 공공적 역할 같은 것들을 알리고 싶어요, 저는."


유재석은 개그맨이고, 연예인이다. 그는 공인이 아니다. 그러나 어쩌면 건축가는 정말 공인인 것도 같다. 적어도 김창균의 경우에는 그런 것 같다.

[건축세계]  문화부, 건축문화 이끌어갈 ‘2011 젊은 건축가’ 선정 (2011-10-04)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새건축사협의회, (사)한국건축가협회, (사)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 상'의 2011년 수상자가 결정됐다. ‘젊은 건축가 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08년부터 신진 건축가를 발굴, 양성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젊은 건축가'로 선정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작품전시회, 작품집 발간 등의 다양한 경로로 국내․외의 홍보를 도우며 공공 프로젝트 자문 등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젊은 건축가 상'에는 총 18개 팀이 ‘젊은 건축가 상'에 지원하였으며, 최종 수상자는 1차 서류 심사와 2차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김창균((주)유타건축사사무소), 박인수((주)파크이즈 건축사사무소), 장영철, 전숙희(WISE ARCHITECTURE) 총 3팀이 선정됐다. 수상자들은 오는 10월 ‘2011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서 작품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며, 전시기간동안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며 건축 관계자 및 시민, 학생들이 수상자들과 작업내용 및 과정, 건축 철학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눌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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